[오춘호의 글로벌 Edge] 마크롱과 트럼프의 "돌아오라"

입력 2017-09-21 18:27  

오춘호 < 선임기자·공학박사 ohchoon@hankyung.com >


[ 오춘호 기자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엊그제 뉴욕에서 주미 프랑스인들과 만나 “프랑스에 ‘정복의 정신’이 다시 살아 숨쉬고 있다”며 “프랑스가 새로운 시대를 맞고 있으니 (해외로 떠난 젊은 프랑스인은) 고국으로 돌아오라”고 역설했다고 한다. 그는 이어 “프랑스의 영향력을 높이려면 우리 자신을 변혁해야 한다”며 “이 나쁜 운명을 쫓아낼 수 있는 시기가 바로 지금”이라고 강조했다. 정복의 정신이란 표현도 색다르지만 ‘나쁜 운명’을 쫓아낼 시점이라는 표현은 더욱 마크롱다운 기법이다. 후진타오가 해외 중국 과학자들을 중국으로 유치하려 했던 ‘천인계획’의 느낌도 난다.

인재 vs 공장 유치 대결 국면

마크롱이 그토록 우려하는 프랑스의 인재 해외 유출(brain drain)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하지만 부쩍 심해진 건 10여 년 전이다. 지금 150만~200만 명 정도의 능력 있는 프랑스인이 해외에 살고있다고 한다. 매년 6만~8만 명의 프랑스인이 해외에 거주하러 프랑스를 등진다. 사회당 정권이 들어선 5년 전부터 이 현상이 심해졌다. 높은 세금과 강성 노조에 진절머리를 낸 엘리트들이 미국이나 영국으로 빠져나갔다. 1990년엔 해외로 나간 인재 중 7%만 돌아오지 않았지만 지금은 돌아오지 않은 인재가 60%를 넘는다.

이들이 지금 마크롱 지지세력으로 변하고 있다. 무엇보다 프랑스의 답답함을 파괴시키려는 마크롱의 노동개혁안에 환호한다. 마크롱은 해외 인재를 위해 10억유로의 펀드를 조성해 지원하고 ‘스테이션 F’라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육성 정책도 만들었다. 그는 한걸음 더 나아간다. 미국 과학자들에게 지구온난화 문제 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 인해 제대로 연구하지 못한 부분을 연구하러 프랑스로 오라고 유혹하고 있다.

하지만 마크롱은 프랑스 기업들에는 돌아오라고 읍소하지 않는다. 다국적 기업들의 공장을 적극 유치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프랑스는 외국인들이 가고 싶은 국가 3위에 꼽히는 나라다. 프랑스 노조의 악명은 이미 전 세계가 알고 있다. 마크롱은 이 노조를 개혁하지 않고선 기업들이 오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제조업 강국보다 소프트 인재강국을 만들겠다는 생각이 앞서는 모양이다.

국가보다 결국 시장 논리가 좌우

정작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 뛰어난 인재들이 많고 시장이 크다는 걸 말하지 않는다. 오로지 미국 기업들은 물론 해외 기업들에까지 요구하는 건 미국에 와서 공장을 지으라는 것이다. 공장이 있으면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도시가 번성한다는 생각이다. 기업들에 시장을 보호하고 특혜 관세를 줄 테니 와서 하라는 것이다. 미국에 공장을 지어도 인건비 때문에 생산성이나 경쟁력이 나오지 않고 일자리도 생각만큼 많이 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애써 무시한다.

세계 경제는 소재와 부품, 완제품 공장 생산 국가가 각기 다른 글로벌 가치사슬(global value chain)로 갈수록 촘촘히 연결되고 있다. 국경의 의미는 무의미해지고 있다. 트럼프는 그토록 멕시코를 위협하지만 멕시코 자동차의 대미 수출은 올 상반기 116만 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5.6% 급증했다.

정부가 투자를 하고 산업을 키운다는 발상이 미국에서 횡행한다고 하면 프랑스는 인재를 끌어모으려는 전략을 펴고 있다. 인재도 공장도 결국은 시장 논리에 의해 움직인다. 이들 모두 국익을 앞세우고 있기는 하다. 굳이 트럼프와 마크롱을 비교하자면 마크롱이 보다 설득력 있게 보인다.

오춘호 < 선임기자·공학박사 ohchoon@hankyu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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